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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 "킹스스피치"

이야기는 한 왕의 실화에서 시작되지만, 막상 다 보고 나면 그게 꼭 나의 이야기 같았다. 왕이 되기엔 준비도 안 됐고, 말도 제대로 못 했던 사람. 그 사람이 마이크 앞에서 세상을 향해 한 마디씩 꺼내는 장면은…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. 영화 ‘킹스스피치’는 조지 6세, 그리고 그의 말, 그 말 너머의 진심에 대한 기록이었다.

줄거리 – 마이크 앞에서 숨을 고르다

처음부터 주인공은 잘난 사람이 아니었다. 조지 6세. 형이 왕이 되는 동안 그는 늘 한 발 뒤에 있었다. 사람들 앞에서 말이 막히고, 문장을 끝내는 데 몇 배는 더 시간이 걸렸다. 그래서 그는 가능하면 말을 아꼈다.

그런데 형이 사랑을 택하면서, 왕좌는 뜻밖에 그의 몫이 됐다. 독일이 침공을 예고하던 그 시기, 국민은 누군가 확신 있는 목소리로 “우리는 괜찮다”라고 말해주길 바랐다. 하지만 조지 6세에겐 그 말 한마디가 너무 어려웠다.

아내 엘리자베스가 소개한 언어치료사, 로그를 만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. 처음엔 그저 낯설고 이상한 사람이었다. 자격증도 없고 방식도 엉뚱했지만, 이상하게 그 사람 앞에선 마음이 풀렸다.

하루하루, 몇 주, 몇 달. 버티는 천천히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갔다. 그리고 1939년 9월. 전쟁을 선포하는 연설을 해야 했던 그 날. 라디오 앞에 모인 국민들 앞에서,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, 그러나 분명하게 말을 시작했다.

그 연설엔 기술도, 완벽한 문장도 없었다. 다만, 진심이 있었다. 그리고 모두는 그것을 알아들었다.

등장인물 – 말보다 마음이 먼저인 사람들

이야기를 끌고 가는 세 사람의 마음이 참 좋았다. 왕이라 불리지만 늘 망설이던 버티. 어떤 날엔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서기도 했다.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. 진심 하나 붙잡고 천천히 걸어갔다.

로그는 좀 특이했다. 무대 배우였고, 자격도 없었고, 말투도 다소 까칠했다. 하지만 버티를 ‘왕’이 아니라 ‘버티’라고 불렀고, 그걸 시작으로 둘은 친구가 됐다.

엘리자베스 왕비는 말수가 적었지만, 모든 순간에 있었다. 버티가 버틸 수 있었던 데엔 그녀의 존재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. 그녀는 소리 없이 그를 밀어줬다.

실화라는 것 – 그래서 더 와닿았다

이 모든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게, 이상하게도 더 먹먹하게 다가왔다. 사실 그 연설은, 역사에 남을 어떤 명장면이라기보단 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던 한 사람의 떨리는 고백처럼 느껴졌다.

관객들은 말한다. "그냥 한 사람이 말하는 장면인데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." 아마 우리도 그 마음을 아니까. 막히는 순간, 떨리는 목소리, 어쩌면 나도 겪었던 순간들이라서.

실제 조지 6세의 연설은 녹음도 남아 있고, 로그와의 관계도 사실에 가깝다고 한다. 물론 영화니까 약간의 각색은 있었겠지만 그 진심만큼은, 진짜였던 것 같다.

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많은 상을 받았다. 작품상, 감독상, 남우주연상, 각본상까지. 수상의 이유는 화려함이 아니라, 사람 냄새나는 진심 때문이었다.

리뷰

영화를 다 보고 나면, 무언가 묘하게 위로가 된다. 이야기는 말에 대한 것이었지만, 결국은 사람에 대한 얘기였다.

말을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, 떨려도 괜찮다고,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만의 속도로 완성된다는 걸, 이 영화는 조용히 알려준다.

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, 누군가 앞에서 말이 막히고, 망설이던 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. 그렇다면 이 영화를 한번 보자. 말을 잇는다는 건, 사실 마음을 잇는 거니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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