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〈오펜하이머〉 줄거리 – 천재인가 괴물인가, 원자폭탄의 아버지

“나는 죽음이요,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노라.” 이 말 한 줄로 요약되는 남자가 있다. 그의 이름은 로버트 오펜하이머.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.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연출한 〈오펜하이머〉는 과학이 역사를 바꾼 순간, 그리고 그 과학을 이끈 한 사람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작품이다.

줄거리 –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보다

1930년대 후반, 젊은 물리학자 오펜하이머(킬리언 머피)는 양자역학과 원자핵 이론에 천재적인 재능을 드러낸다.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 정부는 비밀리에 ‘맨해튼 프로젝트’를 추진한다. 목표는 단 하나. 누구보다 빨리 핵무기를 만드는 것. 오펜하이머는 이 프로젝트를 이끌 수석 과학자로 임명된다. 뉴멕시코 사막 한복판에 연구기지를 세우고, 전 세계에서 모인 물리학자들과 함께 사상 초유의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.

하지만 핵폭탄의 개발이 성공할수록 그의 내면에는 모순과 혼란이 겹친다. ‘이것이 진정 인류를 위한 것인가?’, ‘내가 만든 무기로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면,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?’ 결국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오펜하이머를 영웅이 아닌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간으로 만든다.

등장인물 – 실제 역사를 바꾼 얼굴들

  • 로버트 오펜하이머 (킬리언 머피): 물리학자이자 맨해튼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. 천재성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복합적 캐릭터.
  • 루이스 스트로스 (로버트 다우니 주니어): 원자력위원회 위원장. 정치적 갈등의 핵심에 서 있는 인물.
  • 캐서린 오펜하이머 (에밀리 블런트): 오펜하이머의 아내. 남편의 변화와 내면의 무너짐을 지켜보는 인물.
  • 진 태틀록 (플로렌스 퓨): 오펜하이머의 연인이자, 그를 깊이 이해한 또 다른 존재.
  •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(톰 콘티): 과학자로서 오펜하이머에게 중요한 철학적 대화를 남기는 조력자.

리뷰 – 단순한 전기영화를 넘어선 사유의 영화

〈오펜하이머〉는 일대기를 따라가는 전기 영화처럼 보이지만, 실은 그보다 훨씬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. 놀란 감독은 화려한 폭발 장면보다, 폭발이 일어나기 전의 숨죽이는 침묵에 집중한다.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관객은 질문하게 된다. 과학은 중립인가? 책임은 어디까지가 과학자의 몫인가?

킬리언 머피는 눈빛 하나, 입술의 떨림 하나로 오펜하이머의 복잡한 내면을 그려낸다. 사람들은 그를 ‘신의 능력을 손에 쥔 남자’라 불렀지만, 그는 끝내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한 인간이었다. 조용히 눈을 감는 장면에서조차, 그는 여전히 계산하고 망설이며 죄책감에 휘둘린다.

관람 포인트 – 시간, 구조, 그리고 사운드

놀란은 시간 구조에 집착하는 감독이다. 이번 영화 역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. 청문회, 과거 회상, 실험 장면이 교차하며 퍼즐처럼 이어진다. 관객은 조각을 맞추며 그가 진짜로 말하고자 한 것을 되짚어야 한다.

IMAX 포맷으로 촬영된 영상미도 인상적이다. 실험 장면, 핵폭발의 찰나, 사막의 적막함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. 음향 또한 빼놓을 수 없다. 폭발음은 실제 폭발보다 늦게 들리며, 그 지연 속에서 긴장과 공포가 극대화된다.

반응 & 흥행

〈오펜하이머〉는 개봉과 동시에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. 칸 영화제에서는 10분 이상 기립박수가 이어졌고, 북미 개봉 첫 주 1억 달러를 돌파했다. 관객과 평단 모두 “놀란 커리어 중 가장 성숙한 작품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. IMDb 평점 8.5,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3%는 이 영화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.

철학적 질문 – 천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

〈오펜하이머〉는 단지 물리학 이야기가 아니다. 이 영화는 인간이 기술을 통해 신의 권능에 가까워졌을 때,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. 죽음의 도구를 만들면서도, 그것을 멈출 수 없었던 한 사람의 삶. 그는 천재였을까, 아니면 괴물에 더 가까웠을까.

마무리 – 무겁지만 반드시 봐야 할 영화

〈오펜하이머〉는 시끄럽지 않다. 오히려 너무 조용하다.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, 수많은 생명을 바꾼 결정이 있고, 과학의 양면성이 있다. 마지막 장면이 흐를 때, 당신은 스스로 묻게 될 것이다. ‘나는 이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?’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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